[D파이오니어를 만나다] "면 레이저 기술로 반도체·배터리·DP 제조공정 세계표준 만들것"

디지털타임즈

안경애 기자

Feb 10, 2022

면 레이저 기술로 반도체·배터리·DP 제조공정 세계표준 만들것

약 7년 만에 면 레이저 상용화까지 성공 반도체 제조 생산성 획기적 향상 기대감 어닐링·용접 분야 등 응용분야 무궁무진 12개 벤처캐피털로부터 250억 투자 받아 작년 103억원 매출… 첫 흑자 전환 성공

D파이오니어를 만나다


"면 레이저 공법을 통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산업현장의 제조공정 글로벌 표준을 새로 만들겠다. 세계에서 우리만 가진 공정기술 레시피를 가지고 초격차 성장을 이어가겠다."

최재준 레이저쎌 대표는 "레이저 빔의 형태를 점 대신 면으로 바꾸면 기술적 한계 때문에 하지 못 했던 일들을 할 수 있다"면서 "독자 기술로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삼성종합기술원 등에서 근무한 초소형 정밀기계 기술 및 반도체 전문가로, 2015년 레이저쎌을 공동 창업했다. 레이저의 형태를 면으로 바꾸자는 발상에서 시작한 회사는 광원모듈부터 기기, 공정까지 빠르게 상용화 성과를 내놓으면서 세계적인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기업들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산업현장에서 초정밀화와 미세화, 생산성과 안정성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면 레이저 기술에 대한 수요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최 대표는 "우리의 DNA는 남들이 만들어놓은 길을 가지 않고, 없는 길을 만들면서 가는 것이다. 그래야 파괴적인 게임체인저 기술이 만들어진다"면서 "레이저 기술이 가진 확장성을 글로벌 시장에서 증명해 가겠다"고 말했다.


◇발상을 바꾸니 없던 시장이 열렸다= 최 대표는 "산업계는 지난 30년간 어떻게 하면 레이저를 효율적으로 포커싱해서 에너지를 덜 쓰면서 커팅, 마킹 등에 활용할지를 고민했다. 그런데 우리는 발상의 전환을 했다. 남들이 포커싱에 집중할 때 우린 더 넓고 크게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레이저는 증폭이라는 빛의 물리적 현상을 이용해 더 강하고 퍼지지 않게 만들어 조사하는 기술이다. 산업 현장에서 절단, 천공, 용접 등 다양한 영역에 사용된다. CD, DVD 등의 정보 저장과 재생, 광통신용 소자, 질병 치료와 미용, 군사무기, 거대과학시설 등에도 쓰인다.

그런데 레이저를 점(스팟)으로 모으지 않고 면 형태로 만들면 없던 특성이 만들어진다. 회사는 여러 개의 렌즈를 이용해 레이저 빔을 면 형태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했다. 최 대표는 "면적을 키워서 고출력 레이저를 내리쬐면 전혀 다른 응용영역과 공정 레시피, 솔루션이 나온다"고 말했다.

◇면 레이저로 8인치 웨이퍼 커버= 핵심은 면 레이저를 주사하는 초정밀 광학모듈인 'BSOM(Beam Shaping Optical Module)'이다. BSOM은 높이 약 30㎝, 폭 약 15㎝ 크기의 직육면체 모양으로, 그 안에 6장 정도의 특수 렌즈가 탑재돼 레이저 빔의 형상을 바꿔준다. 최 대표는 "레이저가 6장의 렌즈를 통과하면서 면 형태로 퍼지는데, 이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생산성을 높이려면 크기만 키울 게 아니라 전체의 온도가 고르게 올라가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레이저를 균일하게 퍼트려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 아주 작은 0.2㎜ 크기부터 200㎜ 크기까지 지원해 다양한 응용분야에 쓰일 수 있다. 레이저 원천기술과 광학시스템, 공정장비까지 통합 솔루션을 갖췄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개발된 면 레이저의 최대 면적은 200×200㎜로, 8인치(200㎜) 웨이퍼 전체를 커버할 수 있는 크기다. 레이저쎌은 12인치 웨이퍼용 면 레이저 기술도 개발해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공격적인 기술 투자를 통해 133건의 관련 특허를 등록하거나 출원했다. 그리고 독자 기술을 활용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 산업현장의 제조공정을 바꿔놓고 있다. 최 대표는 "어디에 응용할지 다양한 모색을 하다 3개 분야에 진출했다"면서 "세계적인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우리 기술을 채택해 제조방식을 바꾸고 과거에 제조공정 한계 때문에 하지 못한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제조 생산성 획기적 향상= 대표적인 것이 반도체 소자를 기판에 접합하는 작업이다. 레이저쎌이 보유한 선택적 가열기술을 이용하면 가열이 필요한 부분만 매우 빠른 속도로 열을 가할 수 있다. 레이저 조사 인접부는 85도 이하 온도를 유지하면서 레이저를 조사한 부위는 300도로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약 30개 소자가 들어있는 80×80㎜ 크기 기판에 레이저를 조사하면 30개 소자가 동시에 접합된다. 기존에 점 레이저로 수분이 걸리던 공정이 수초 만에 끝난다. 열에 의한 소자의 변형, 휘어짐 등의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반도체 제조과정의 생산성과 품질 안정성이 한꺼번에 높아지는 것. 최 대표는 "점 레이저를 사용해 소자를 본딩하면 필요한 지점에 맞춰 여러 번 조사해야 하지만 면 레이저는 수초 만에 수백개 소자와 수천개 본딩 영역에 한번에 조사할 수 있다. 그 결과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최근 반도체 소자가 점점 얇고 가벼워지는데, 열을 가하는 시간이 짧으니 열 변형과 휨 문제도 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후공정 분야의 ASML 되겠다"= 레이저쎌의 일차적인 목표는 전세계 반도체 제조공장에 설치된 리플로우 장비를 모두 걷어내고 면 레이저 장비로 대체하는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 반도체 전공정·후공정 장비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후공정 단계에서 소자를 기판에 붙이는 방식은 별로 바뀐 게 없다. 반도체 기업들은 마치 피자를 굽듯이 컨베이어벨트 위에 기판을 올려 열을 가하는 방식을 써 왔다. 반도체 패키지 전체를 가열해 반도체를 접합하는 데 쓰이는 게 리플로우장비다. 최근에는 접합 부위에만 열을 가하고 눌러 휘지 않도록 하는 TCB(열압착접합) 장비가 도입됐지만 대당 10억~20억원 수준으로 비싸고, 개별 칩을 가열하고 압력으로 붙이기 때문에 속도가 느린 단점이 있다.

이와 달리 레이저쎌의 'LSR(선택적 레이저 접합)' 기술을 이용하면 필요한 부분만 빠르게 접합할 수 있다. TCB가 특정 부위마다 열을 가하고 압착해야 해 긴 시간이 걸리는 것과 달리 10분의 1의 시간에 공정을 마무리할 수 있다. 기판 휨 현상도 거의 없고 장비 가격은 절반 수준이다.

최 대표는 "이제 기술이 바뀔 전환기다. 반도체 전공정을 ASML이 바꾼다면 후공정은 우리가 하겠다. 지금 하이엔드 제품부터 적용하기 시작한 만큼 수년 내에 기술 개발과 원가 절감을 거쳐 로엔드 시장까지 진출할 계획"이라며 "어마어마한 시장이 열릴 것이다. 전부다 우리 것으로 바꾸는 거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대면적화 시대 후공정 기술로도 주목= 최근 산업현장에서 데이터가 폭증하면서 반도체 기업들은 고속 연산처리가 가능한 대면적 패키지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AI(인공지능), 데이터 분석 등을 고속으로 처리하기 위해 CPU(중앙처리장치)와 GPU(그래픽처리장치), 메모리를 대면적 단일 패키지로 만들거나 반도체를 층층이 쌓는 적층구조 공법을 채택하고 있다. 이 과정에도 레이저쎌의 면 레이저 기술이 유용하다.

최 대표는 "세계 대표 시스템 반도체 기업이 양산과정에 우리 기술을 채택했다. 대면적 반도체를 휨 없이 높은 생산성으로 접합하는 거의 유일한 솔루션이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이런 형태의 칩 생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인 만큼 시장은 빠르게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분야 응용영역 무궁무진할 것"= 시스템 반도체뿐 아니라 메모리 분야도 기대되는 시장이다. 면 레이저는 소자를 붙이고 떼는 것부터 어닐링(레이저광 조사로 시료 표면에 흡수된 광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변환되는 것을 이용한 열처리 기술), 용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웨이퍼에 식각공정을 위한 빛을 쏘기 위해 지금까지는 열을 가해서 물성을 적합하게 만들어줬는데, 이 역시 열 대신 면 레이저를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 대표는 "비행기용 기판은 한장에 수천만원을 호가하는데, 불량이 날 경우 떼 내고 새로 붙일 수 있으면 비용이 대폭 줄어든다. 방산, 디스플레이, 반도체, 자동차 등의 산업에서 부품을 붙이고 떼는 수요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기판에서 소자를 떼려면 고온의 기체를 분사해서 접합부위를 녹이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 과정에서 다른 부품이 영향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이 역시 면 레이저 기술로 바꿀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 있는 디스플레이 소자만 떼어내고 붙인다= 디스플레이 분야도 유망한 시장이다. 레이저쎌의 기술은 세계적인 IT 회사가 출시한 최신 미니LED 기반 스마트패드 제조에 적용됐다. 미니LED는 LCD보다 명암비가 높으면서 대면적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기업은 0.2㎜ 크기 미니LED 소자 수만개를 집적한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소자만 떼어내고 붙이는 데 면 레이저를 사용했다. 기존 기술로는 칩이나 기판이 타버리는 문제가 있었다. 초기에 사람이 현미경으로 보면서 문제 있는 소자를 떼고 붙이는 식으로 작업을 하던 이 기업은 레이저쎌의 기기와 공정, 검사기술까지 도입해 공정혁신을 이뤄냈다.

최 대표는 "디스플레이 기술이 진화할수록 제조공정 혁신 수요는 더 커질 것"이라며 "이 시장에서 기회를 잡겠다. 면 레이저는 산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기술이고 우리는 유일한 플랫폼 솔루션을 갖춘 만큼 넓은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화재 없는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도 적용= 전기차 배터리 시장도 개척했다. 최근 배터리 기업들은 화재를 막기 위해 기존 제조공정을 바꾸고 있다. 배터리 셀에 들어가는 기판도 그 대상이다. 불이 붙지 않는 특수소재의 PCB(인쇄회로기판)와 소자를 채택하고, PCB 위에 소자를 접착할 때도 온도가 급상승하지 않도록 모니터링하면서 면 레이저로 한번에 붙이는 방식이다.

최 대표는 "국내 대표 배터리 기업이 생산성을 높이면서 기판 손상도 없애기 위해 면 레이저 기술을 채택했다"면서 "반도체 후공정과 비슷한 리플로우 오븐 방식을 검토했지만, 불이 안 나는 대신 열에 약한 특수소재에는 면 레이저가 가장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 없겠느냐"는 고객 설득에 4년 투자= 레이저·초정밀 기술 전문가들이 의기투합한 레이저쎌은 창업 당시인 2015년까지만 해도 논문에나 등장하던 면 레이저를 약 7년이란 짧은 시간에 상용화해 없던 시장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레이저 기술의 본산으로 꼽히는 미국이나 독일도 하지 못한 일이다. 그러나 시장이 처음부터 호락호락하게 열린 것은 아니다.

최 대표는 "초기 3~4년간은 기술을 개발하고도 고생해야 했다. 이전에 없던 기술이다 보니 고객사에 가져가면 '이 기술 때문에 손상이 안 생긴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하느냐, 1년 뒤에 제품에 불량이 생기면 어떻게 책임지겠느냐'며 고개를 내저었다"며 "그 점을 보장하라는 요구가 가장 힘들었다"고 밝혔다.

특히 반도체 트랜지스터에 고출력 레이저를 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보니 그게 과연 되겠느냐는 반응이 많았다. 이전에 쓰인 점 레이저는 트랜지스터 위에 직접 쏘는 게 아니라 주변 부위에 조사했고, 마킹 역시 소자 위에 덮개를 씌우고 했다. 회사는 테스트와 신뢰성 검증에 오랜 기간과 비용을 투자했다. 최 대표는 "초기 4년 정도는 기술의 가능성과 신뢰성을 증명하는 기간이었다. 다행히 전체 인력의 90% 가량이 연구기술직이고, 그 중 절반은 석·박사 인력으로 구성되다 보니 시장의 의구심을 기술력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면 레이저 글로벌 1위 될 것"= 최근 창업과 벤처투자 붐이 일고 있지만 기술 난이도가 높은 소재·부품·장비시장에서 창업에 도전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레이저쎌은 차별화된 기술 덕분에 12개 벤처캐피털로부터 총 25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작년에는 103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첫 흑자를 내는 데 성공했다. 올해는 외형적으로 최소 2배의 성장을 이뤄내는 게 목표다. 회사는 상반기 중 주식시장 상장을 통해 벤처에서 더 큰 기업으로 올라서는 모멘텀을 다지겠다는 계획이다.

최 대표는 "2019년 전기차 배터리, 2020년 반도체에 이어 작년에는 디스플레이 시장에 새로 진출했다. 올해는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투자해서 경쟁자들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기술격차를 만들겠다"면서 "인재확보와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종전 3개 분야에 더해 또다른 산업으로 진출 영역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국내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 등과도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최 대표는 "상장으로 회사가 더 알려지고 시장이 넓어지면 더 많은 기회가 올 것으로 본다. 지금은 작은 스타트업이지만 면 레이저라는 새로운 산업에서 글로벌 1위 회사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